시놉시스
2015년, 작가는 병역거부로 인해 1년 6개월의 형량을 선고 받고 수형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 천왕동에 위치한 남부구치소에서 3개월 간 수형생활을 한 뒤 통영구치소로 이감되어 2016년에 가석방 출소를 하기까지 1년 3개월 간 독방생활을 했다. 독방의 수형자는 일반 재소자보다 엄격한 통제와 더불어 타인과의 접촉이 차단된 환경 속에서 아침 기상부터 운동, 식사, 취침까지 모든 일상을 홀로 지내며 고립감을 마주하게 된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교정시설과 반인권적인 독방 환경에 관해서는 익숙히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이 감옥을 방문하거나 경험할 기회는 드물다. <5.25㎡>는 실제 독방의 크기(가로1.5m×세로1.5m)로 구현된 가상공간의 독방에 관람자를 초대하여 수형자의 시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수형자의 형체와 마주하고, 군 복무 중인 지인에게 쓴 서신을 듣게 된다.
연출의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감옥의 독방은 단지 1.5평의 비좁은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옥은 규율과 그에 따른 복종이 최우선시되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억압적 질서의 제도 기관이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저녁 9시에 잠들기까지 하루 두번 정시에 이뤄지는 점호는 의무이고, 취침시간 외에는 방에서 누워 있을 수 없다. 찜통 같은 한여름에도 수감복을 벗을 수 없으며, 방에서는 운동을 하는 것도 엉덩이가 아프다고 방석을 깔고 앉는 것도, 이유없이 서 있는 것도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다른 한편 독방은 그 특성상 내면적이고 명상적인 생활을 유도한다. 오랜 시간 독방에 지내다 보면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 공간에 기거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일종의 명상적 상태에 빠져드는 것인데, 신체는 물리적 공간에 있으나 정신이 거주하는 공간은 내적 세계인 것이다. 여러 수형기에서 드러나듯 감옥은 깊은 자아성찰과 자기수련을 가능케 한다. 당시 나 역시 글쓰기, 독서, 명상, 꿈 등 나만의 상상의 세계에 거주 함으로써 감시와 처벌의 에서 평안과 고요, 자유를 찾고자 했다. 억압과 구속이 강하게 느껴질 때면 더욱더 그 세계에 의존하게 되었고, 그것은 독방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의 한 방식이었다. 트라우마적 경험을 남긴 독방은 이제 과거의 기억 속에만 잔존할 뿐 더이상 방문할 수 없는 공간이다. 물리적 실체를 잃어버린 그 공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하기 위해 VR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다.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은 상태로 남겨진 독방의 시간은 나에게 가상적 공간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재소자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독방의 환경과 오직 단독으로 감상해야 하는 VR이라는 매체적 특성 역시 본 작품을 가상현실로 구현한 이유이다.
감독정보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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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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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윤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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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감독: 강인선,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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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프로그래머: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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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 프로그래머: 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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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모델링: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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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 함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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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디자인: 문서진, 박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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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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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라리엘, 김태형, 한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