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익숙함을 넘어서>
어디엔가 징조는 있었을 것입니다.
미세한 균열을 감지하고, 대응하지 못했지요.
짐작하고 준비한 삶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른 모습과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버렸습니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들, 숨쉬고 움직이고 만나고 이야기하는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자, 와사삭, 모든 익숙한 것들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세계는 살얼음 깨지듯 얇은 파편으로 조각났습니다.
현실 같은 가상, 가상 같은 현실.
공존할 수 없는 이분법의 세계들이 모호한 경계 위에서 녹아내리듯 섞이고 있는 모습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까요?
쉼 없이 이륙과 착륙을 거듭하며 우리의 삶을 이리저리 옮기던 공항의 풍경은 어느새 상상과 기억의 공간으로 흐릿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한 사람들은 실시간 전송되는 디지털과 데이터가 구축하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세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이미 다른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요.
그래서 여행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공항에 새로운 터미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때때로 스며드는 불신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속을 거닐 수도 있고, 우주의 빅뱅과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으며, 상파울루와 파리와 몬트리올의 풍경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평면적인 시간의 감옥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행을 떠납시다.
Beyond Reality, 보이는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로,
모든 익숙함을 넘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XR큐레이터
김종민
스페셜 쇼케이스
특별 퍼포먼스 <바르도 (Bardo)>
비욘드 리얼리티는 올해 초청된 XR 콘텐츠와 연계된 특별 퍼포먼스 ‘바르도(Bardo)’를 기획하였다. 바르도(Bardo)는 사이(bar)와 둘 혹은 매달리다(do)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티벳어로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간의 단계이자 상태’이다.
‘바르도’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사이의 다양한 층위를 표현하고 시공간의 경계에서 출현하는 존재를 표현하는 작품으로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안무의 대상과 개념을 확장하며 공연 예술의 가치를 질문하는 안무가 이양희와 협업하여 오랜 기간 컨셉과 이미지를 다듬어왔다.
가상현실 콘텐츠가 단지 특정 기기를 착용하고 감상하는 영상콘텐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예술분야와 접목하고, 다양한 뉴미디어 기술을 활용하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와 몸을 사용해서 교감하는 예술적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기획한 본 퍼포먼스는 그러나 코로나 방역 문제로 관객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번 퍼포먼스는 댄스 필름의 형태로 편집되어 관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바르도> 본편 영상
<바르도> 메이킹 영상
프로젝트 '비욘드 리얼리티' :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 ‘비욘드 리얼리티’: 디지털 아카이빙– 디지털 트윈, 공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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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가상현실 콘텐츠 전시와 아카이빙을 위한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버츄얼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데에 중요한 프로젝트이다.현실의 전시 경험, 축제 경험을 좀더 몰입감 있게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XR 부문인 ‘비욘드 리얼리티’의 주요 전시 공간이자, 쓰레기 소각장에서 부천시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아트벙커B39를 디지털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현실 공간의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비욘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에서 동시에 전시되어 전세계에서 접속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매해의 전시가 디지털 공간에서 보존되어 생생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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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양정석 수원대학교 교수/수원대 박물관장)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을 포착하여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하고 활용될 수 있는 기반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공간이 기억하는 시간을 가상공간에 복제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공간을 스캔한다는 것은 수많은 디지털 포인트 데이터와 포토그래메트리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들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이 데이터들을 특정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통해 조합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마치 오래된 건축물을 한참 조사하다 보면 어디론가 갑자기 다른 세계로 빠지는 듯한 느낌과도 유사한 경험이다. 이에 우리는 인간의 눈으로 현실과 동일하다고 인식할 수 있게 보정하기 전 알고리즘 프로그램의 연산과정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를 보이는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현실을 그대로 가상의 공간으로 옮기는 디지털 트윈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이상(異常) 이미지 속에서 현실의 표면 뒤에 감취진 무엇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현실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과거의 모습으로, 때로는 미래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나아가 우리가 이곳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래 조차도 하나의 층위를 이루며 켜켜이 쌓여 있었다.
<새로운 현실로 떠나는 여행>
이번 전시회는 프랑스문화홍보원의 국제 사업인 “디지털 문화 축제 (Digital November)”의 일환으로 개최되었습니다. 프랑스 국내 창작품을 발굴하고 전세계에 홍보하는 일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문화홍보원은 디지털 문화 축제를 재정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년과 같이 5 개 대륙 60개 이상 국가에서 수많은 행사를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디지털을 해석하고, 창작하고, 재생하고, 구상하게 될 것입니다.
여행이 제한되어 있는 매우 특별한 해인 2020년에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번 “인천공항에서 떠나는 가상 콘텐츠 여행” 전시회를 통해 다른 지평으로의 여행, 환경 친화적인 여행, 새로운 세계를 향한 마음 여행을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기술을 빠르게 채택하는 한국과 가상현실 창작의 나라 프랑스의 강점을 결합한 것입니다. “뉴노멀”을 찾아나선 독특하고 미래 지향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프랑스는 수년 동안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 전례없는 실험, 여행과 개성의 찬가를 경험하기에 인천 공항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을 것입니다.
매년 뛰어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eyond Reality의 창의적이고 정교한 큐레이션은 현실을 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여러분을 안내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넬슨 만델라의 멘토였던 월터 시슬루의 재판에 참석할 수 있으며, 우주를 가로지르고 블랙홀에 뛰어 들어 행성의 노래를 듣게 될 것입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거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구석 구석을 탐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동할 필요 없이 두 발을 땅에 딛고서도 여러분은 이제 상상의 세계를 발견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eyond Reality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감사드립니다. 현실과 가상, 한국과 프랑스, 예술과 기술의 교차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멋진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주한프랑스대사
필립 르포르